[지금 스페셜아트는]
이번 호에는 스페셜아트를 만나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심규철 작가의 생애 첫번째 개인전 소식을 갖고 왔어요. 작가와 가족, 그리고 스페셜아트 소속 작가 및 가족들 모두 축하하고 응원합니다. 얼마나 멋지고 기대되고 설레는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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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철 작가 개인전] 부서진 왕관과 남겨진 맹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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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부터 스페셜아트에서 미술교육을 받으며 작업해 오던 심규철 작가가 생애 첫번째 개인전을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좋아하는 규철 작가는 수많은 캐릭터를 관찰하고 응용하면서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를 그려냈습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항상 들고 다니던 스케치북의 작은 캐릭터들은 커다란 캔버스에 옮겨지고, 2025년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SKYWALK에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또한 국민일보 제4회 아르브뤼미술상 공모전에서는 "집요하리만치 세밀한 묘사"로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오늘도 스마트폰의 화면을 통해 애니매이션과 게임 캐릭터에 몰입하면서 작업을 하는 규철 작가의 첫 개인전에 많은 관람과 응원을 바랍니다. 9월 2일 수요일 오후 4시, 전시 오프닝에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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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아트 작가 이야기]
스페셜아트 소속 작가들은 어떻게 그림에 입문하고 작가가 되었을까요? 평소에 작가는 어떻게 하루를 보내며, 그림을 그릴 때는 어떤 생각을 할까요? 작가가 이 세상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이런 궁금증을 풀 수 있는 자리가 펼쳐지니, 가만히 귀를 기울여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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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철 작가는 요즘 그림으로 자신의 세계를 조금씩 넓혀가고 있습니다. 2020년부터 스페셜아트에서 미술교육을 받기 시작하더니, 2024~2025년 서울문화재단 신진발달장애미술가육성사업(우리시각) 선정, 2025년 국민일보 제4회 아르브뤼미술상 대상 수상, 2026년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 16기 입주작가 선정과 같이 굵직굵직한 성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생애 첫번째 개인전을 열심히 준비 중입니다. 2020년 스페셜아트 울림전으로 데뷔하여 올해 7년차 작가로 쭉!쭉! 성장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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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도, 최근에도 많은 발달장애 청소년들이 입시 위주의 경쟁적인 학교문화에 적응하기 어렵습니다. 규철 작가 역시 어린 시절 일반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힘들고 어려웠습니다.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교사와 다른 학생들로부터 오해받는 일이 많았고, 학교 생활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그 시절 규철 학생은 혼자 그림을 그렸습니다. 특수교육대상자에게 적절한 지원이 제공되지 않은 학교에서, 수업을 제대로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 많았습니다. 그때 규철 학생은 어머니가 챙겨준 스케치북을 꺼내 그림을 그리면서 그 시간을 버텼습니다. 그리고 그 그림들을 보여주며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헀습니다.
그 때의 그림은 단순한 낙서나 취미가 아니었을 겁니다. 세상에서 힘들었던 시간을 견디면서 자신이 편안하게 존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일이었을 테니까요. 그림은 규철 작가에게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고 꿈꾸는 공간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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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학교에서 대안학교를 거쳐 특수학교로 옮긴 고등학교 시절, 새로운 학교 생활이 펼쳐졌습니다. 갑자기 우수학생이 되었고, 졸업식 때는 모범상도 받았습니다. 학교 텃밭에 물을 주고, 바리스타와 뜨개질 활동에 참여하면서 흥미를 찾았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학교 선생님이 규철 학생에게 그림 안내판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면서 일어났습니다. 도움을 받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경험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 작은 경험이 자신감을 키웠고, 그림을 향한 마음도 점점 커졌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규철 학생의 그림을 보고 건넨 “잘 그린다”는 한마디도 그림을 더 그리고 싶게 만들었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듯이,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습니다.
규철 학생은 스케치북 빈칸마다 작은 로봇들을 가득 채워 넣었습니다. 비슷해 보이지만 모양이 조금씩 다른 로봇들을 반복해서 그렸습니다. 그렇게 쌓인 스케치북이 훗날 자신을 작가의 길로 이끌게 될 것이라고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작은 그림들이 규철 작가의 예술 세계가 시작되는 첫 장면이었습니다.
규철 작가는 그 때 그렸던 작은 그림들을 지금도 그리고 있습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림의 크기가 커졌다는 것입니다. 스케치북에 그리던 작은 그림이 이제는 커다란 캔버스로 옮겨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종이 뿐만 아니라 디지털 화면으로도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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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철 작가는 스페셜아트 작업실 외에도 우리시각 지원사업에서 만난 멘토 작가님의 작업실에서도 그림을 그렸습니다.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 입주작가로 선정되면서 별도의 작업 공간을 제공받았습니다. 여러 곳의 작업 장소가 있고, 장소마다 그리는 그림이 다릅니다.
수채화와 아크릴을 병행하기도 하고, 펜화와 아크릴, 수채화를 동시에 그리기도 합니다. 재료에 따라 다양한 그림을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재료로 그릴지는 그림을 시작할 때 표현하고 싶은 주제에 따라 정합니다.
규철 작가는 애니메이션, 영웅 서사, 일러스트, 게임과 같은 서브컬처 이미지를 출발점으로 삼아, 그것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집요하게 엮어냅니다. 화면 위에는 전투복을 입은 인물, 거대한 기계 장치, 구조와 보호의 장면들이 중첩되어 등장합니다.
규철 작가의 주제 의식은 자신이 사랑해온 영웅과 애니메이션의 형식을 차용해서, 폭력의 외피 속에 행복과 안전, 공존과 상생, 그리고 연대의 가능성을 드러냅니다. 서로 이질적인 존재들이 함께 평등하게 어울리는 세상에 대한 열망이 담겼습니다.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키기 위해 존재합니다. 무겁고 단단한 전투 장비와 기계적인 외형은 인간의 연약함과 대비됩니다. 화면 곳곳에 배치된 어린 인물, 부상자, 보호받는 대상들은 작가가 무엇을 향해 시선을 두고 있는지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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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스페셜아트 작업실에서 작업에 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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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SKYWALK, 심규철 작가 인터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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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철 작가의 작품에는 많은 사람과 로봇 등의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이를테면 아르브뤼미술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 <고구려의 행군>에는 무려 250명의 사람이 등장합니다.
말 탄 기병, 방패를 든 보병, 수레와 악사, 투석기, 수십 명의 호위무사와 시종들을 집요하리만치 세밀하게 묘사했습니다. 펜으로 한 명 한 명의 무구와 표정을 그려 넣어 웅장함과 생동감을 살려냈습니다.
그러다보니 작가가 표현하려는 상상의 세계를 완성하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림을 완성하는데 6개월이 걸린 작품도 있습니다. 평소에는 가만히 있지 못하고 산만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규철 작가입니다. 그러나 한 번 '꽂히면', 관심있는 대상에는 무서울 정도로 집중하고 끈기있게 인내합니다. 자폐성장애와 ADHD를 가진 규철 작가만의 성향과 특성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작가 스스로도 자신의 성향과 특성이 작품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긴 시간을 견디며 한 작품을 끝까지 완성해내는 힘. 그는 그것을 자신의 작업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심규철 작가의 그림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인지도 모릅니다. 빠르게 완성하는 것보다 하나의 세계를 천천히 쌓아가는 것. 한 사람을 그리고, 또 한 사람을 그리고, 그 옆에 또 다른 이야기를 더하는 것. 그렇게 작은 선들이 모여 어느 순간 하나의 거대한 세계가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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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심규철 작가는 국민일보 제4회 아르브뤼미술상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1차 심사에서 유일하게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고 합니다. 심사위원들은 주제의 참신성, 주제와 걸맞은 형식, 대상을 묘사하는 집요함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오랫동안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발전시켜 온 작가의 작업이 미술계에서 주목받은 것입니다.
이번 수상은 장애예술을 복지의 관점에 머물게 하지 않고, 신경다양성 창작자의 작품을 하나의 예술 세계로 바라보고 고유한 표현을 중요하게 평가하려는 시도 속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가 있습니다. 아르브뤼미술상 수상자 13명의 작품은 이듬해 1월에 '신낭만사회'라는 타이틀의 전시회에서 공개되었습니다.
심사와 전시에서 규철 작가의 작품은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재해석한 군상과 분할된 화면을 통해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세계를 보여주는 작업으로 주목받았습니다.
규철 작가에게 국민일보 아르브뤼미술상 대상 수상은 새로운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자신이 오랫동안 그려온 로봇과 무기 캐릭터들을 디지털화 하여 짧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또한 로봇 캐릭터를 등장인물로 한 성경 이야기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 아르브뤼미술상 : 국민일보 창간 34주년을 맞아 신경다양성 (발달장애 등) 신진 예술가를 발굴하는 공모전입니다. 한국의 1세대 실험미술 거장 이건용 작가의 후원을 받아 2022년에 제정되었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살아가는 ‘경계 없는 세상’, ‘경계 없는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기여하기 위해 시작되었습니다.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복지의 개념을 탈피하고 순수하게 미술의 관점에서 신진 작가를 발굴한다는 점에서 기존 공모전과 차이가 있습니다.
* 아르브뤼 : 프랑스의 화가 장 드뷔페는 아마추어, 어린이, 정신장애인 등 제도권 미술의 규범과 교육 바깥에서 생성된 창작 세계에 주목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를 ‘가공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예술’, 아르브뤼(Art Brut·원생미술)라고 명명했습니다. 그는 이들의 작업에서 오히려 예술의 본질적 순수성과 강렬한 표현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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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제4회 아르브뤼미술상 대상 수상작
심규철, <고구려의 행군> 2024, 종이에 펜, 56×76c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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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아트 소식에서 알려드렸듯이, 심규철 작가는 9월 2일부터 7일까지 첫번째 개인전을 갖습니다. 공모전이나 단체전과 달리, 개인전에서는 여러 작품을 하나의 공간에 조화롭게 배치하여, 개별 작품을 넘어선 작가만의 거대한 세계관과 철학을 관람객에게 전달할 것입니다.
공모전은 특정한 주제나 과제를 정해서 모집하므로, 독특하고 완강한 작품 세계를 가진 작가에게 맞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단체전은 참여 작가가 많아서 한 사람에게 할애되는 공간과 시간이 적고, 깊이 있는 작품 세계를 보여주기 어렵습니다.
반면 개인전은 자신의 내면과 세계관을 온전히 펼쳐 보이는 예술적 성취의 장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가장 중요한 통로입니다. 단순히 그림을 걸어두는 행위를 넘어, 작가로서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깊은 의미를 지닙니다.
그동안 규철 작가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그림', '팔릴 만한 그림'을 그리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자신의 관심사에 몰두하여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확장시켰습니다. 스페셜아트는 규철 작가의 관심사와 주제를 존중해 왔습니다. 다만, 그것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도록 구도를 잡는 법, 명암을 넣는 법, 크기를 통해 장면의 극적 효과를 넣는 법 등 주제를 부각하기 위한 회화적 테크닉을 가르치며 지원했습니다. 규철 작가의 관심 주제와 스페셜아트의 전문적인 교육 및 지원이 개인전을 통해 빛을 발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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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개인전에서 규철 작가가 한결같이 그린 게임, 만화 및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아이템이 총출동할 예정입니다. 어쩌면 그 캐릭터들이 눈에 익숙하게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작가는 좋아하는 캐릭터를 그대로 따라 그리지 않습니다. 익숙한 캐릭터처럼 보이는 인물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변형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여러 이미지를 가져와 서로 다른 캐릭터를 조합하고, 인물의 배치를 오래 고민하고, 새로운 군상을 만들어냅니다.
그의 그림에는 사람이 있고, 로봇이 있고, 동물이 있고, 때로는 현실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존재들이 함께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 작가의 이야기를 넣습니다.
그래서 심규철 작가의 그림은 한 번 보고 지나가기보다 오래 들여다보게 되는 그림입니다. 한 사람을 발견하면 그 옆에 또 다른 사람이 보이고, 그 뒤에 새로운 장면이 나타납니다. 마치 한 장의 그림 안에 작은 이야기책이 들어 있는 것처럼요.
작가가 관람객에게 바라는 것도 바로 그것입니다. “내 그림 속에 숨어있는 이야기들을 봐 주었으면 합니다.” 그러니 그의 그림을 볼 때는 ‘무엇을 그렸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그림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하고 바라봐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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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하루는 아침에 눈을 뜨는 직후부터 시작됩니다. 가장 먼저 유튜브로 성경 말씀을 듣습니다.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고 작업실 출근을 준비합니다.
작업실을 다녀온 오후에는 부족한 잠을 보충하기도 하고, 날이 좋은 날엔 산책을 나갑니다. 그리고 잠들기 전, 누나와 함께 거의 매일 아파트 헬스장에 다녀오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작업실을 다녀온 날은 기절하듯이 잠들기도 합니다. 반대로 잠드는 것이 유독 힘든 날도 있습니다. 잠들지 못하는 새벽에는 그림을 그립니다. 그 새벽의 그림이 다음 작업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림을 그리지 않는 시간에는 게임을 즐기기도 합니다. 그의 삶을 들여다보면 '작가의 삶'이라는 거창한 말보다,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한 사람의 일상이 먼저 보입니다. 그 평범한 하루들이 모여 작가의 작품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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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철 작가의 이야기는 ‘장애 극복’이라는 말로 끝내고 싶지 않습니다. 그에게는 아직 그리고 싶은 것이 많고, 만들고 싶은 세계가 있고, 그림 속에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규철 작가가 다음 스케치북에 어떤 세계를 펼쳐놓을지, 다음 이야기를 기다려주세요.
앞으로도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도록, 여러분의 관심과 응원이 큰 힘이 됩니다. 끝으로 규철 작가가 여러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사람들이 내 그림을 보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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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이야기, 가족]
작가로서 계속 작업을 하려면 재능과 노력도 중요하지만, 작가를 응원하고 지원하는 주변 사람들의 몫도 큽니다. 가족은 작가의 가장 든든한 베이스캠프, 치어리더이죠. 스페셜아트 소속 작가의 가족은 작가와 어떻게 일상을 보낼까요? 작가의 작업을 지원하기 위해 어떤 묘책을 쓸까요? 작가와 가족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소망할까요? 특별한 자녀를 양육하고 돌보는 가족이 세상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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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철 작가의 그림을 가장 오래 지켜본 사람은 가족입니다. 특히 어머니는 주된 양육자, 돌봄제공자이면서 동시에 작가 매니저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창작 써포터즈이기도 합니다. 각종 지원사업과 공모전에 맞춰 서류를 내고,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작품 주제에 따라 필요한 재료를 챙기고 등등등.
가족에게 작가는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매일의 일상과 삶을 함께 살아가는 가족 구성원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있는 한 명의 작가입니다.
가족은 규철 작가가 그림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 작가로 성장하기를 기도합니다. 그 과정이 늘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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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해 보면,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그림을 그리면서 자녀가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세상에 대한 긍정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세상과 불화했으나, 지금은 어엿한 작가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가족에게 규철 작가의 그림은 단순히 ‘잘 그린 그림’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처음 전시회를 열었을 때의 기쁨과 감격. 그리고 전시가 하나, 둘 이어지고, 새로운 작업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족은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꾸준히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생겼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가족은 거창한 꿈이나 계획을 말하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 자녀가 그림 그리는 것 자체를 좋아한다는 것, 자녀가 좋아하는 세계와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충분하다고 말합니다. 바로 그것이 자녀의 작업 활동을 계속해서 격려하고 지원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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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교인 정진학교를 졸업할 때 즈음에 이미 스페셜아트에서 작업을 하고 있던 김지호 작가의 어머니로부터 스페셜아트를 소개받았습니다. 규철 학생이 성인이 되어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나가야 할 때였습니다. 지호 작가의 어머니는 스페셜아트의 시스템과 운영방식에 대해서 상세히 알려주었습니다. 조운기 작가의 아버지 또한 스페셜아트에 대해 조언해 주었습니다.
고등학교에 와서야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자녀가 앞으로 작가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은 별로 크지 않았습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예술가라는 무겁고 낯선 이름을 감당할 수 있을 때까지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사실 예술은 장애가 없는 사람들에게도 힘들고 도전적인 분야입니다. 예술가의 이름으로 경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사람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창작의 고통이라는 말이 있듯이, 창작을 위해서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야 하고, 시도하지 않은 방식을 시도해야 합니다. 그러한 창작이 인정을 받을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훨씬 더 많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은 그림에 흥미를 갖고 그리기 시작한 규철 작가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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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아트에서는 작업의 기본을 배우고, 다른 작가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며 꾸준히 작업하는 경험을 쌓았습니다. 부모님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더우나 추우나, 날씨와 계절에 상관없이, 자신의 컨디션에 상관없이 작업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이 작가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어쩌면 예술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거창한 무언가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작가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환경, 꾸준히 작업할 수 있는 시간, 작품을 바라봐주는 사람, 그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좋은 작품은 한순간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작가가 계속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시간과 노력이 쌓여 작가의 세계가 만들어집니다.
규철 작가는 스페셜아트에 자리를 잡고 자신의 세계를 자신의 방식으로 계속 만들어갈 수 있도록 작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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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철, 〈기사의 출전〉, 2020, 종이에 수채, 36 x 48c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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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철, 〈세 기사단 이야기〉, 2025, 종이에 수채, 50 x 108c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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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장애진단 이후부터 부모는 자녀를 교육하고 돌보는데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아끼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면 육체와 정신이 지치고 힘들어 번아웃(Burn out, 소진)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규철 작가의 부모님에게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의외로 ‘돌봄’ 자체만은 아니었습니다.
장애가 있는 자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입니다. 전문의로부터 장애 진단을 받아든 부모는 현실을 믿지 못하고 부정하는 방어 기제를 겪습니다. '내 잘못 때문에 아이가 아픈가'라는 죄책감도 밀려듭니다. '건강하고 평범한 아이'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재활치료와 특수교육에 매달립니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지난후에, '내가 조금 더 노력하면 아이가 변하지 않을까' 했던 부모님도 결국 인정하게 됩니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보아도, 아무리 무수한 시도를 해도 안되는 게 있다는 것을, 그리고 장애를 숨긴다고 해도 숨겨질 수 없다는 것을.
장애를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장애라는 틀보다 먼저 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것. 장애인의 영어 표현이 'the disabled'에서 'the people with disabilities'로 바뀐 것처럼 피플퍼스트(people first) 입니다. 그 과정은 가족에게 긴 시간을 필요로 했습니다.
더불어 처음에 어린 규철의 장애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던 외갓집 식구들의 차가운 시선. 규철 작가의 어머니는 그 눈길이 오래도록 내면의 아픔으로 남아 있다고 합니다. 자존심 때문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던 그 시절의 자신에게, 지금은 이렇게 말하고 싶다고 합니다. "당시 조금 더 용기를 내어 도움을 요청했더라면 어땠을까".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규철 작가가 말을 하게 되면서, 조부모에게 가장 다정다감한 손자가 됐습니다. 먼저 안아드리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유일한 손자였습니다. 그런데 그 손자가 그림을 그리고 상을 받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습니다.
가장 걱정이 많았던 외조모 역시 규철 작가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먼저 돌아가셨습니다. 그 아쉬움이 지금도 마음에 남는다고 합니다.
* 피플퍼스트: 1974년 미국 오리건주에서 개최된 발달장애인대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해당 대회에 참가한 한 발달장애인이 자신을 정신지체(지적장애로 바뀜)로 부르는 것에 불만을 가지고 “I wanna be known to people first(나는 우선 사람으로 알려지기를 원한다)”라고 말한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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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부모로서 가장 어렵고도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부모님은 솔직하게 이야기합니다.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는 관심과 사랑의 표현이 가장 어려우면서 가장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때로는 넘치기도 하고, 때로는 부족한 사랑으로 오늘도 아이와 함께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너무 많이 개입하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순간에는 곁에 있어야 하고,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기다리면서도 어려운 순간에는 도와주어야 합니다. 가족은 그 균형을 매일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한 부모님은 자녀와 함께 조금씩 더 성장해 있기를 생각합니다. 완벽한 부모가 아니라, 함께 자라고 성장하는 부모로 살아가는 중입니다.
이는 자녀가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동안, 가족들도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일이기도 합니다. 서로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지만, 서로의 곁에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이 가족이 만들어온 시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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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쁘고 설래고 감격적인 스페셜아트 울림전 이후, 또다른 전시 경험이 하나 둘 쌓이면서, 꾸준히 발표를 이어나가고, 그 발표가 힘이 되어 새로운 작업으로 이어졌습니다.
부모님에게 그림을 계속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긴 것은, 규철 작가가 일상생활에서와는 달리, 그림을 그릴 때는 차분하게 앉아 있는 집중력과 자신감을 보여주었을 때라고 합니다.
가족이 바라는 미래는 조금 더 소박합니다. 5년 뒤, 10년 뒤의 모습을 미리 정해놓기보다 오늘 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가려고 합니다. 그 하루들이 쌓여 규철 작가가 여전히 그림을 좋아하고, 그림을 통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 되어 있기를 바랍니다.
아르브뤼미술상 대상 수상과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자신의 그림 이야기를 봇물처럼 풀어내던 규철 작가의 모습에서 그 바람이 싹트는 것을 보았습니다. 집안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예술적 감수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온 가족이 감사한 마음입니다.
부모님 스스로에 대한 바람도 있습니다. 계속 현역으로, 현역의 마음으로. 자신의 한계를 두지 않고 도전해 볼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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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가족들에게 어머니가 건네는 말입니다.
"내가 바라는 길이 빨리 보이지 않는 것 같고 길이 나타나기는 할까 싶을 때, 물이 끓기 직전의 뜨거움을 견디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면서 자신과 자녀를 다독여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오지 않은 자녀의 시간과 순간을 위해서, 오늘을 묵묵히 최선을 다해서 지치지 않고 쌓아갈 수 있기를 응원하고 기도합니다."
가족들은 앞으로도 심규철 작가가 그려갈 새로운 세계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그의 작품을 만났을 때, 그림 한구석에 숨어 있는 작은 인물 하나까지 천천히 들여다 보라고 합니다. 그곳에서아직 만나지 못한 작가의 다음 이야기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라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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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심규철 작가를 만든 것은 무엇인지 알아맞춰봅시닷!!!
매일 들고 다니던 OOOO에 깨알만큼 작은 로봇을 빼곡하게 채워넣었습니다. 심규철 작가가 자신만의 상상의 세계를 그려내던 이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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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에게 따뜻하고 든든한 지지자이자 울타리가 되어주는 가족의 모습에 감동이 느껴졌습니다. '그 순간에 충실하고 즐기는 것을 반복하는 삶의 긍정'의 부모님 양육 모토가 마음에 와 닿네요. 작가님께서 심리적 어려움과 과정을 극복하고 해외여행에 성공하신 것 축하드리고, 저에게도 도전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자극이 되었습니다.
💌 안수씨가 스스로 시간을 관리하며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안수씨의 재능과 흥미를 발견했을 때 이를 꾸준히 이어갈 수 있도록 시간 관리와 환경을 지원해 주시는 모습이 멋있었습니다. 단순히 재능을 발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안수씨가 자신의 관심과 강점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부모님이 정말 대단하시다고 느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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