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아침 8시 풍경은 어떠한가요? 조금 더 범위를 좁혀 새벽 떨어진 기온이 아직 가시지 않은 겨울 아침 8시를 생각해 볼까요? 출근길, 등굣길에서 마주하는 거리 풍경일까요, 아침 식사 후 가족이 하나둘 떠난 집안의 풍경일까요? 그중에서도 오늘은 남겨진 사람이 마주하는 풍경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남겨진 사람이라고 했지만, 늘 이곳에 있는 이에 대해 떠올려 봅니다. 네, 저는 황성정 작가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황성정은 단기 기억 상실 진단을 받아서 폐쇄 병동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병원 생활에 대한 드로잉이 앞면을 차지하고 그 뒷면에는 드로잉의 이유, 오늘 하루에 대한 결심, 미래에 대한 계획을 손글씨로 적어둡니다. 2019년 12월에 개최된 황성정의 개인전 제목은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똑같다》 였습니다. 그는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 똑같다고 일종의 낙담을 표현했습니다만, 그때 그가 드로잉 뒷면에 적은 2023년에 대한 계획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개인전에 연이어 닥친 코로나-19로 인해 지금까지 황성정은 누구보다 늘 ‘이곳’, 병원에 머무르는 삶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전까지 폐쇄 병동은 분류 체계에 가까웠다면 코로나 이후 폐쇄 병동은 존재 방식에 가깝습니다. 폐쇄적인 조건에서도 의욕적인 드로잉을 보여주었던 그였는데 말입니다. 2022년 2월에 그린 〈아침 8시 쯤에〉는 너른 여백 위 비스듬히 꽂힌 붓 한 자루가 그려져 있습니다. 서늘한 겨울 아침 기온이 푸른 색조로 내려 앉았습니다. 우리 삶에 조금씩 변화가 있듯이 이제 그의 삶도 다채로운 풍경이 깃들길 간절히 바랍니다.
- 독립큐레이터 김현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