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삭발밖에 못 한다니요.
그럴 리가요.
그럴 수가요.
당신의 작품을 봅니다.
<존중해주세요>를 봅니다.
당신의 초상화입니다.
얼굴에서 발끝까지 곧게 이어지는 선 안에 당신의 몸이 오롯이 담겨있습니다.
우리가 아는 얼굴과 몸보다 분할 없이 이어져 내린 몸입니다.
단호한 몸뚱이 위아래로 머리카락이 떨어져 내립니다.
그래요. 머리카락은 바람이 불면 흩어져 날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결단(決斷). 그 결단은 어디서 온 걸까요.
그날은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촉구 결의대회 삭발식이었습니다.
당신은 권리를 외쳤습니다.
무수한 말들에서 당신이 선택한 말은 “존중해주세요”입니다.
존중(尊重)은 그 의미가 ‘높이어 귀중하게 대함’입니다.
높이어 귀중하게 대하기까지 마주 섬이 필연일 텐데, 마주 섬까지 낮추어야 할 것들이 있음을 살며 뼈저리게 배웠습니다.
당신이 끊어 떨어뜨려 낮춘 머리카락이 든든한 뚝 되어, 단단한 땅 되어 마주 섬을 예비할 수 있게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하여, 삭발밖에 못 한다는 당신을 존중합니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
- 독립큐레이터 김현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