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으로 가로지르는 봉에 보랏빛 고양이 한 마리가 봉을 두 손으로 꼭 쥐고 매달려 있습니다. 찡긋 감은 두 눈 위로 삿갓 문양이 세 줄로 피어오릅니다. 푸르른 배경과 저 멀리 지평선을 따라 솟아오른 산이 있습니다.
최하영 작가의 <코코가 철봉에서 운동을 해요> 작품 소개입니다. 고양이 이름이 ‘코코’인가 봅니다. 자신이 만들어 낸 캐릭터에 이름을 붙였네요. 캐릭터는 소설, 만화, 극 따위에 등장하는 독특한 인물이나 동물의 모습을 디자인에 도입한 것을 뜻합니다. 아마도 또 다른 지면에서 코코가 등장할 수도 있겠네요. 코코는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의지를 가지고 성실하고 묵묵하게 극복해 내는 캐릭터인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지면에서 코코가 등장할 수도 있겠다고 하였지만, <코코가 철봉에서 운동을 해요>는 디지털 페인팅 작품입니다. 디지털 페인팅의 특성상 지면(紙面)은 프린팅을 하지 않는 한 디지털 환경에서 그려지고, 디지털 환경에 저장되며, 또 디지털 환경 상 전송될 수 있겠지요. 스페셜아트에서는 디지털 드로잉 수업을 매달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하영 작가는 디지털로 작업을 하는 데 이미 숙련된 작가입니다. 라마나 돌고래, 고래상어 등 디지털 페인팅 작업에 등장하는 동물 친구들이 무궁무진합니다.
어떤 예술은 유일무이하다는 진본성(originality)이 작품의 주요한 가치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기술복제시대 복제 가능한 작품의 출현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시대 조건이기도 합니다. 우리 작가들도 어떤 날에는 혼신을 다해 세상에 유일무이한 작품을 창작해내기도 합니다만, 최하영 작가처럼 디지털 처리가 가능한 작품을 창작하여 여기서부터 변형, 파생시켜 캐릭터 창조, 디자인물 제작, 책 발간, 애니메이션으로까지 뻗어 나갈 수도 있겠죠. ‘작가 되기’만큼 고된 일이 ‘작가로 살아가기’ 입니다. 최하영 작가처럼 작가로 살아가기 위해 다양한 작가적 삶의 방식을 배워나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최하영 작가의 코코가 또 다른 계기로, 또 다른 디지털 지면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보여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다른 모습의 코코를 기다려 봅니다.
- 독립큐레이터 김현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