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 작가의 여러 이미지를 넘겨 보았습니다. <Zoo Park>(2022)나 <동물 나라>(2022)처럼 온갖 동물들이 본연의 자태를 뽐내는 디지털 페인팅도 물론 훌륭했습니다. 이 그림들에선 사자, 호랑이, 하마와 같이 다소 난폭한 동물들과 코알라, 토끼, 양 같이 온순한 동물들 모두 서로 평화롭고 활기찬 생태계에서 어우러지며 살고 있더라구요. 저보고 그리라면 저는 못할 것 같습니다. 한승수 작가가 정말 잘 그릴 수 있는 동물 세계이겠죠.

한 점 한 점 넘겨 보다가 저는 <철새>(2022)에서 눈이 멈췄습니다. 세 마리의 철새가 줄지어 날고 있어요. 밤하늘인 것 같습니다. 환한 빛―아마 달빛이겠죠―을 배경으로 저 멀리 촘촘히 빛나는 별빛도 함께하는 밤에 철새가 날아갑니다. 무엇을 그렸는가는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그림에서 눈이 멈춘 것은 식별할 수 있는 이미지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빛과 어둠의 그라데이션이 자아내는 부드러운 질감이 지닌 서정성 때문이었을까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검정이 아닌 짙은 남색 그리고 흰색이 아닌 옅은 노랑으로 인해 차가운 밤이라기보다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밤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한편 이 서정만큼 이 그림에 매료된 이유는 이 밤의 목격자들만이 공유할 생의 이치를 찾고 싶어서이기도 합니다. 너무 오래전 영화지만 <E.T.>(1982)를 떠올려 본다면 하늘을 나는 자전거 그림자가 달빛에 의해 맺히는 장면을 기억하는 이들이 있을 거예요. 저는 <철새>를 보며 이 밤 또 한 명의 목격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E.T.>에서는 두 손가락 끝으로 잇는 낯선 생명체들 간의 공감이 있었습니다. <철새>에는 수고로운 밤 날갯짓에 달빛을 비춰주는 한승수 작가의 감성이 배어있습니다. 그 마음이 남긴 그림에 이입할 또 다른 이를 찾습니다.

필요 이상 뜨겁다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불필요하게 냉정해 지지도 마시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예술은 특별한 예술(Special Arts)이니까요.

ARTNOMAD ART FAIR

아트노마드가 이동하는 방식은 이렇습니다🚙

스페셜아트의 첫 아트노마드 아트페어가 지난 11월 1일 인천시 인천아트플랫폼에서, 3일 하남시 하남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습니다. 아트노마드는 계속해서 새로운 지역들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아트노마드가 어떻게 이동하고, 어떻게 야외 미술관을 여는지 유튜브 영상으로 만나보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