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았다. 앵무새! 음, 그런데 고슴도치는 어디 있을까요? 그림의 이모저모를 훑어보니 저 파란색 동물이 고슴도치였네요. 개구리, 달팽이 친구들도 있고 물결 위로 빼꼼히 나온 친구들은 돌고래인가 봐요. 앵무새 앞을 나는 새 한 마리가 더 보이구요.
그런데 제가 이 그림에서 더 하고 싶은 얘기는 오른편에 슬며시 자리한 저 노란 꼬리입니다. 찾으셨나요? 제게는 사자의 꼬리로 보이는데요. 꼬리를 통해서만 유추가 가능한 바로 저 사자 얘기를 해 볼까요?
그림의 화면 구성은 여간 신경쓰이는 일이 아니에요. 하얀 백지를 앞에 두고서 어떻게 하면 조화롭게 내가 담고 싶은 대상을 표현할 수 있을지 늘 머리가 복잡해지곤 합니다. 하나씩 자리를 내어주다 보면 점점 화면이 가득 차오르면서 생각했던 것과는 또 다른 고민에 빠지곤 하죠.
김재원 작가의 그림 속 사자 꼬리는 이와 같은 고민에 빠졌을 때 훌륭한 답이 됩니다. 삐죽거리는 갈기, 두툼한 양발, 불꽃처럼 뭉친 꼬리털은 사자의 특징이죠. 이들 중 꼬리가 그림 안으로 슬쩍 들어왔어요.
동물의 세계에서 사자는 무서운 존재라고 하지만 김재원 작가의 그림에서는 모두가 평화롭죠. 저 멀리 나타나기만 해도 도망치기 바쁠텐데 동요나 공포는 보이지 않습니다. 올해 김재원 작가와 함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감정카드를 제작했습니다. 기뻐요, 즐거웠어요, 재미있어요, 고마워요와 같은 표현만큼 슬펴요, 섭섭해요, 놀랐어요, 불편해요와 같은 표현도 하나씩 꺼내 표현하는 모습을 보며 풍부한 감정을 지켜볼 수 있었어요.
이처럼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나누는 김재원 작가가 그리는 세계는 우리가 알고 있던 세계보다 더 다정하고 평화롭습니다. 동화 같은 세상에 대해 어떻게 아직 세상을 몰라서 그렇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우리가 닫힌 세상에서 살고 있지 않은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됩니다.
- 독립큐레이터 김현주 - |